김애란_ 침이 고인다_ 그리고 6년 동안 나의 주생활(住生活)

 

김애란_ 침이 고인다_ 그리고 6년 동안 나의 주생활(住生活)




정주(亭住)하지 못하는 서울의 젊은 청춘들을 향한 위로.




지난해 봄까지, 6년 째 나는 나의 ‘집’을 떠나 ‘방’에서 살고 있었다. 학교에 딸린 조그마한 고등학교 기숙사. 눈꼽만큼의 방음도 보장해주지 못하면서 비싸기만 했던 하숙집. 침대 2개 사이로 간신히 통로만 존재했던, 장롱과 책상 외에 여유공간 하나 없던 대학 기숙사.
그렇게 룸메이트의 눈치를 보면서 조용조용히 살아야 했던 기숙사 생활. 친구들을 불러 밤새워 이야기하면서 놀 수도 없었던 하숙집 생활. 소파에 편히 누워 TV를 보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고, 심지어 소박한 밥을 지어먹을 수도 없었던 방, 방, 방 생활.




6년 동안의 나도 그랬듯, 지방에서 올라온 서울의 청춘들은 가까운 미래에 떠나야 할 방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그런 임시 거처에서는 삶의 여유로운 향기가 배어나올 수 없고, 가까운 미래에 새로운 거처를 찾아 옮아가야 하며 그 과정들은 지난하고도 서글프다. 그리고 나와 같은 세대인 김애란은 이런 청춘들의 삶을 너무도 현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특히 신림과 노량진 거리에 대한 묘사는, 고시와 수능이라는 한시적인 목표 때문에 거주지를 고를 수밖에 없는 이 시대 청춘들에 대한 크나큰 위로가 아닐까. 생활이 아닌 생존을 위한 거주는, 비록 그것이 임시일 뿐이라 해도 더 나아질 희망이 쉽사리 보이지 않아 서글프다. 비가 오면 빗물이 새는 반지하방과 크기가 겨우 침대 너비 두 배만한 고시원, 책상 밑으로 발을 뻗어 잠드는 4인용 독서실. 여기 사는 청춘들은 이 복잡하고 덩치만 큰 삭막한 도시에서 무슨 꿈을 꾸게 될까. 그리고 그들은 언제쯤 임시로 사는 ‘방’이 아니라 편안한 영혼의 쉼터인 ‘집’을 갖게 될까.




그리고 집을 떠난 후 7년째인 지난해에야 가까스로 발견한 나의 사랑스런 옥탑방. 친구들과의 따뜻한 소통의 장소이자 내 영혼의 쉼터였던, 실로 오랜만에 찾은 ‘집’과의 결별을 앞둔 지금. 나는 얼마나 더 시간이 지나야 온전한 나의 ‘집’을 가질 수 있게 될까.


 

by 엠엔비 | 2008/02/05 23:20 | Private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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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파니 at 2008/02/06 09:20
김애란의 소설을 읽으며 위로받는 느낌이 드는 것은 저뿐이 아니었군요, 저도 방생활을 하면서 늘 불안했거든요. 글이 참 좋으네요.
Commented by 엠엔비 at 2008/02/06 17:39
파니/
고맙습니다 :)
김애란 소설은 진짜 20대들의 이야기를 해 주는 것 같아서 고맙고 그래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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